작성자 : 박상융 변호사

고소사건이 접수되면 피고소인은 피의자로 특정이 된다. 고발사건도 마찬가지다. 피고소인, 피고발인은 피의자로 특정되어, 통상 경찰서에 소환되어 출석조사를 받는다. 문제는 고소되었다고 해서 피의자로 간주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고소사실 자체가 범죄혐의가 없거나 수사개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각하처분해도 된다.
더군다나 피고소인이 회사인 경우 수사관은 회사대표를 피의자로 간주하고 경찰서 출석조사를 요청한다.

고소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소되면 관행상 피의자로 간주된다고 해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인의 자의적인 고소장 기재에 의해서 피고소인은 피의자로 간주가 된다.

회사를 고소하면 회사대표(대표이사)에게 출석요청을 한다. 현행 행정형벌상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회사대표에게 출석조사를 요청한다. 나오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해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회사대표는 고소사실 관련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 법인등기부상 지배인으로 등재된 사람을 회사대표자를 대신하여 조사하거나 해도 된다. 회사대표가 자신이 고소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관련도 없고 단지 대표자이므로, 고소사실을 잘 알고 관련된 회사 실무자에게 피고소인 조사진술 관련 위임장을 제출하여 조사를 받도록 해도 된다.

그런데 수사관에 따라 회사대표에 대한 소환출석 요구를 강요한다. 그런 논리라면 삼성, 현대, 엘지 등 국내 굴지의 회사 대표, 회장들은 회사를 고소, 고발하면 무조건 경찰관서에 나와 출석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럴 경우 회사대표는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느라고 회사 경영에 소홀하게 된다. 회사의 평판, 신용저하를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사람들에 의해 회사의 신용하락, 경영상 추락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코로나 확산시에는 직접출석 조사보다는 우편, 이메일 조사를 활용했다. 법원도 원격화상 재판을 시도하고 보편화되었다. 유독 경찰만 직접출석조사를 고집한다. 질문지를 작성, 조사대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사를 해도 되는데 말이다. 그러면, 조사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조사시간도 수사관의 능력, 경험, 조사에 대한 준비사항(질문지 작성)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난다. 특히 최근 조사부서 기피로 인해 조사관의 능력이 천차만별이다. 자체 내부 보강, 수정, 검토 등 내부 지휘절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칫 사건청탁 외압수사로 비쳐질 것 같아서이다.

그러다 보니 말만 팀별수사일 뿐 사실상 단독수사이다. 고소사실 자체만으로 피의자로 특정하고, 피의자 신문조사 후 디지털로 지문날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범죄혐의사실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 기소의견 송치가 힘들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곧바로 피의자신문조서보다는 진술조서를 받아야 한다. 필자가 평택경찰서장 재직시 관내 미군 수사관이 평택시민을 수갑을 채워 연행,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를 한 사실이 있었다. 당시 SOFA 협약에 따라 관할 미군부대 지휘관은 해당 미군수사관의 신분을 피의자가 아닌 피혐의자, 피조사자로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피의자, 피혐의자, 피조사자 등 언어상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질문할 사항을 질문지에 작성해 보내주면 자술서로 상세히 작성하여 보내주겠다고 했다. 피의자, 피혐의자, 피조사자 등 조사대상자의 신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단지 고소, 고발되었다고 하여 피고소인, 피고발인을 피의자로 간주해 피의자신문조서를 받고 디지털 지문날인 후 무조건 형사입건하는 수사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