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광중 변호사
3월 정기주총 시즌이 곧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회사 대부분은 정기주총에서 그 해의 이사 보수 한도를 정하는 안건을 결의합니다. 이때 그 보수를 받는 이사인 주주가 참여할 경우 결의에 하자가 발생하게 되므로 유의가 필요합니다. 하자 있는 주총 결의에 의해서는 보수를 지급 받을 수 없고, 이미 지급 받은 보수도 반환해야 합니다.
이사의 보수와 관련된 이해상충 문제는 기업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소위 "셀프 찬성" 문제, 지배주주인 이사의 과도한 보수 책정 문제, 회사의 성과와 무관한 보수 책정 문제 등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습니다.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우리 상법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이사의 보수 지급에 관해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면 회사의 이익을 해하면서 높은 보수를 정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 상법은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안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는 자에게는 공정한 의결권 행사를 기대할 수 없고, 그 결과 회사 또는 전체 주주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특정 주주가 주주의 입장을 떠나 개인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를 ‘특별한 이해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법원은 여러 판결을 통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안건이 당해 회사의 이사인 주주의 특별한 이해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이사인 주주는 이사 보수 안건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행사할 수 없는 주식의 의결권 수는 주주총회의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이사 보수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에서는 당해 이사인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특별이해관계자인 그 주주를 제외하고 출석한 나머지 주주의 의결권을 기준으로 가결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이 자신의 보수 한도를 높이는 안건에 참여한 주주총회 결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홍 전 회장이 대법원에 상고를 했으나 그 동안 대법원이 밝힌 법리에 비추어 보면 상고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사의 보수에 관한 주주총회의 의사결정이 없다면 보수 전부의 지급이 무효가 되며, 회사로부터 이미 보수를 지급받은 이사는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특별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가결된 보수 결의가 취소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이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의 보수를 정하고, 특별이해관계자는 결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사가 자신의 보수에 관해 사익을 도모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이사의 보수 금액 역시 제한이 따릅니다.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제공하는 직무와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는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영업실적에 비추어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서 현저히 균형성을 잃을 정도로 과다해서는 안 됩니다.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지급된 보수 역시 반환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 사회는 이해상충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에 관해 소홀히 대해 왔습니다. 이사의 보수 결정이 그 대표적인 문제였습니다. 그 해결을 위해 우선 다른 주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개별 이사 보수의 공개, 보수 산정 기준 공시, 독립적인 보수위원회 설치, 보수와 회사 성과의 연동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